어쩌면 운명!
대형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16년간 운영해온 ‘급상승 검색어’를 마지막으로 서비스한 2월 24일, 하루 종일 한 열애 기사의 주인공들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장식했다. 바로 톱클래스 아이돌 빅뱅의 지드래곤(33·이하 지디)과 블랙핑크의 제니(25)였다. 밀착 취재로 유명한 온라인 연예 매체 ‘디스패치’는 YG엔터테인먼트 대표 아이돌인 지디와 제니가 1년째 열애 중이라며 제니가 서울 용산구 고급 아파트 나인원 한남에 위치한 지디의 집을 오가는 모습을 포착한 사진을 공개했다.
지디와 제니의 인연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제니가 YG에서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때는 2010년 여름이지만 당시는 지디가 한창 빅뱅 활동과 GD & TOP 유닛 활동으로 바쁠 시기라 아이돌 연습생과 톱스타의 접점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다 두 사람은 2012년 지디의 솔로곡 ‘그XX’ 뮤직비디오 작업을 함께하게 됐다.
제니는 블랙핑크로 데뷔하기 4년 전 이 작품으로 대중에게 처음 얼굴을 알렸다. 이후 지디의 곡 ‘블랙’에 제니가 피처링으로 참여하는가 하면, 지난해 5월 제니의 개인 SNS 라이브 방송에 지디가 등장하며 친분을 보여왔다. 지난 2016년 지디의 SNS 비공개 계정이 해킹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제니와 함께 식사 중인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2018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YG 소속 그룹 아이콘의 멤버 바비가 “(소속사 규율이 까다로워) 블랙핑크와 인사도 못 하게 한다”고 말한 것에 비하면 두 사람 사이의 교류는 약간 이례적이기도 하다.
특히 제니에게 지디는 연인 감정 이전에 존경하는 대선배였다. 지난 2018년 제니의 디지털 싱글 앨범 ‘솔로’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지드래곤을 보는 것 같다”는 말을 듣자 제니는 “지드래곤 선배와 비교를 해주신다는 것 자체가 너무 큰 칭찬”이라며 기뻐했다. 이어 “지드래곤 선배님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매력이 있는지를 생각할 때도 있다. 앞으로 그 길을 잘 밟아서 ‘여자 지드래곤’이란 타이틀을 이어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런 제니에게 같은 소속사, 그것도 존경하는 선배와의 공개 연애는 아무래도 부담이 될 터. 두 사람의 한 측근은 언론을 통해 “서로의 친구들에게 남자 친구, 여자 친구로 소개했고 함께 만나기도 했다. 다만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열애를 인정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며 “두 사람 모두 열애 인정 후 공식적으로 ‘누구의 여자 친구’ ‘누구의 남자 친구’라는 수식어를 얻는 것을 원하지 않는 듯하다”고 전했다.
지디만의 연애 패턴?
그동안 지디는 여러 사람과 열애설에 휘말렸는데, 일정한 패턴이 있는 듯 보인다. 먼저, 진짜 사실이 아닌 건 직접 또는 소속사를 통해 바로 부인했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케이스는 재일교포 출신 모델 미즈하라 키코와 일본 모델 겸 배우 고마츠 나나, 애프터스쿨 출신 이주연 등 3명이다. 특히 키코, 이주연과는 수년에 걸쳐 많은 증거를 남겼다. 그때마다 재차 열애설이 보도됐지만 내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만남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유는 지디가 “대중이 알 권리는 있지만 우리가 알릴 의무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 지디는 “인정을 하고 안 하고는 개인의 문제지만 여자분 입장에서 봤을 때 저보다 피해가 많이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만약 만났던 분들 중 사귀는 걸 오픈하고 싶다고 했으면 쿨하게 연애를 인정했을 것”이라고 연애관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제니와의 열애설 보도에도 YG는 “아티스트의 사생활에 대해 회사가 사실을 확인해주기 어렵다”며 양해를 구했고 팬들은 이게 오히려 YG식 인정이 아니겠느냐는 반응이다. 흔히 말하는 YG식 인정의 포인트는 애매모호함이다. 지금은 부부가 된 빅뱅의 태양과 배우 민효린의 열애설 때는 “태양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 사실이면 축하한다”고 대응해 팬들에게 예상치 못한 웃음을 안겼으며, 2019년 새해 첫날 제니와 엑소 카이의 열애 기사가 공개됐을 때는 “SM에서 입장을 낼 것”이라며 상대방 소속사에 폭탄을 넘겼다.
결국 팬들은 소속사의 공식 입장과 상관없이 이번에도 직접 매의 눈으로 증거 찾기에 나섰다. 두 사람의 애정 행각이 담긴 직접적인 사진은 드러난 게 없지만 소소한 퍼즐 조각은 제법 맞춰지고 있다. 연애할 때의 지디는 연인과의 교감을 중요시하는 사랑꾼 스타일이다. 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좋을 것 같다”며 “내가 쓰는 곡들을 처음으로 들려주고 싶고 그걸 듣고 좋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처럼 연인과 소소한 교감 나누길 좋아하다 보니 열애를 암시하는 소위 ‘떡밥’도 많은 편이다.
지디 누나인 권다미는 블랙핑크 멤버 중 제니만 팔로하고 있다.
지디가 착용한 알파벳 ‘J’가 새겨진 팔찌.
이번에도 지디는 알파벳 ‘J’가 새겨진 팔찌를 종종 착용해 제니의 J가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제니 또한 지디가 론칭한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의 액세서리를 즐겨 한다. 또한 지디의 누나이자 피스마이너스원 대표인 권다미가 블랙핑크 멤버 중 제니만 팔로하고 있고, 2019년 패션 사진가의 밤 행사에서 제니가 ‘올해의 포토제닉상’을 받을 때 지디가 깜짝 등장한 점, 지난해 10월 공개한 블랙핑크 ‘러브식 걸즈(Lovesick Girls)’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 메이킹 영상에서 지디가 포착된 것 등이 증거로 꼽힌다.
지디 열애설에서 보이는 공통된 패턴 중 또 한 가지는 지디의 매니저가 사랑의 오작교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얼굴이 알려진 탓에 직접 챙길 수 없는 지디가 연인에게 해줄 수 있는 달콤한 배려랄까. 일본에서 활동하는 키코가 2015년 3월 한국에 입국했을 땐 YG 관계자가 마중 나와 함께 공항을 떠났다. 또 2018년 이주연과의 열애설이 공개됐을 당시에도 그녀는 지디를 제주도에서 만나기 위해 이동할 때 빅뱅 매니저와 함께했다. 이주연이 지디의 집 근처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면 이내 지디의 매니저가 나타나 차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사진이 찍힌 적도 있다.
워낙 스케줄이 많은 제니의 경우 항상은 아니지만 지디의 매니저가 가끔 제니를 지디의 집에 데려다준다고 전해진다. 현재 지디가 거주하는 한남동 고급 아파트 나인원 한남은 층마다 단독 엘리베이터를 사용하고 4단계 보안 체계를 갖추는 등 입주민의 프라이버시를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 특히 지디는 나인원 한남에서도 10세대밖에 없는 펜트하우스에 거주해 현관에서 바로 이어지는 별도의 주차장과 전용 엘리베이터까지 이용하고 있다. 제니는 지디의 아파트에 미리 차량을 등록해 별도의 인증 절차 없이 집까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연애하게 내버려둡자
지디와 제니는 나이가 여덟 살 차이 나지만 비슷한 네임 밸류에, 비주얼적으로도 잘 어울리는 선남선녀다 보니 두 사람의 교제설이 사실이길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 열애설을 최초 보도한 매체에서는 두 사람 측근의 말을 빌려 “이미 YG 사내에서도 꽤 많은 사람이 둘의 관계를 눈치채고 있다”며 “제니의 어머니도 지디와의 교제를 알고 있다. 각별하게 챙겨줘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블랙핑크 팬들의 경우 제니가 연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화내기보다는 열애설 기사를 최초 보도한 기자에게 제니의 집 주소가 노출됐다는 점, 열애설로 인한 각종 루머가 퍼지는 점에 분노하고 있는 분위기다. 일부 팬들은 YG 사옥에 전광판을 실은 트럭을 보내 아티스트를 보호해달라는 항의 메시지를 전달하는가 하면, 인터넷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블랙핑크 갤러리에서는 두 사람의 연애를 지지한다는 성명문을 내기도 했다. 특히 성명문에서 “적당한 시기에 좋은 사람을 만나 훗날 백년가약을 맺는 건 너무나도 자연스러우며 축하받아야 마땅한 일이 아니겠느냐”면서 영국의 시인 알프레드 테니슨의 시를 인용해 큰 공감을 얻었다. 인용한 구절은 ‘사랑을 하고 그것을 잃어버린다 하여도, 전혀 사랑한 적이 없는 것보다 낫다’는 부분이었다.
K팝 글로벌 팬덤 중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에서도 지디와 제니의 열애설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 단골손님이자 ‘유튜브 퀸’인 블랙핑크 멤버 제니의 중국 내 인기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군 입대 전후로 활동이 뜸한 지디 역시 중국에서의 인기는 건재하다. 아직 중국의 ‘한한령(한류 금지령)’이 해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해 4월 중국의 한 종합 음료 브랜드 차파이모델로 발탁됐을 정도. 음료 회사에 따르면 54초 만에 음료 6천 박스가 팔리고 당일 매출은 4백만 위안(약 6억9천3백만원)을 돌파했고 한다.
두 사람의 이 같은 중국 내 인기를 대변하듯 중국의 한 언론에선 둘의 열애설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결과는 열애를 축하한다는 응답이 20만 명, 반대가 4만 명이었다. 물론 모든 팬들이 두 사람의 만남을 응원하는 건 아니다. 열애설 이후 전 세계 SNS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특히 블랙핑크 해외 팬들의 부정적인 의견이 이어지기도 했다. 지디의 SNS에도 제니와 거리를 두라는 항의성 댓글이 달렸다.
일부 누리꾼들은 열애설 기사에 실린 사진 속에서 지디가 ‘턱스크’를 한 채 담배를 들고 있는 모습을 문제 삼았다. 심지어 한 누리꾼은 지디를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으로 서울시에 신고하기도 했다. 신고자는 “바로 가까이에 2명의 사람이 더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충분히 논란이 될 만한 사진이라 판단되어 신고한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 시민건강국 감염병관리과 방역관리팀 관계자는 “담배를 피울 때 2m 거리두기를 지켜야 한다는 수칙은 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과태료 부과 대상이 아니다”라며 “마스크 착용 의무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하더라도 현장 적발이 원칙이라 사실상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평소에도 화제를 몰고 다니는 지디는 달콤한 열애설에서조차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는 등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열애설에 웃은 샤넬
2006년 아이돌 그룹 빅뱅으로 데뷔한 이래 지디는 음악과 패션, 미술 등 장르의 경계를 허물며 아티스트로 거듭났다. 아티스트 지디의 영향력은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 있다. 지난 2019년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와 협업한 한정판 신발은 전 세계 대상으로 10만 족이 출시되자마자 완판됐다. 지디의 사인이 들어간 이벤트용 1백 족의 경우 정가 21만9천원인 신발을 1천3백만원대에 되파는 리셀러들까지 등장해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완판녀’ 제니 역시 럭셔리 브랜드와 K팝 팬들을 사로잡은 패션 아이콘이다. 자신이 모델로 활동하는 국내 브랜드 립스틱부터 영국 출신 디자이너의 원피스, 명품 카디건 등 가격과 종류를 불문하고 여러 제품을 품절시켰다.
특히 명품과 중저가 패션 브랜드를 자유자재로 믹스 매치하며 남다른 패션 센스를 자랑하는 두 사람은 구찌와 루이비통 등 젊고 핫한 뉴 페이스를 찾던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로부터 ‘찜’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구애를 펼친 브랜드는 익히 알려졌다시피 샤넬이다. 두 사람 모두 샤넬의 글로벌 앰배서더로 활동 중이다. 젠더리스 룩까지 소화하는 지디의 경우 2012년 샤넬 공식 뮤즈로 인연을 맺기 시작해 2016년 글로벌 앰배서더로 승진, 현재까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시아 남자 최초 글로벌 앰배서더이자 국내 연예인 중 가장 오래된 샤넬의 앰배서더다. 지금은 고인이 된 샤넬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와의 친분도 유명한데, 그는 지디를 무척 아껴 직접 쇼와 파티에 초대하고 스페셜 에디션을 선물하기도 했다.
지디를 향한 샤넬의 사랑이 무르익은 완성형이라면, 제니와 샤넬은 현재진행형이다. ‘인간 샤넬’로 불리는 제니가 샤넬과 공식적으로 인연을 맺은 건 데뷔 1년 만인 2017년 샤넬 뷰티 뮤즈로 발탁되면서다. 2019년부터는 샤넬 글로벌 앰배서더로 초고속 승진해 지디의 뒤를 잇고 있다.
이로 인해 이번 두 사람의 열애설을 두고 최대 수혜자는 샤넬이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만한 게 열애설에도 침묵하던 지디가 2주 만인 3월 3일 SNS에 올린 첫 게시물조차 샤넬 광고 사진이었다. 별다른 말없이 광고라 밝히며 팔찌, 시계 등 제품 위주 사진과 함께 샤넬 공식 SNS 계정을 태그했다. 제니 역시 공교롭게도 열애설이 나기 5일 전 공개된 한 패션 매거진 화보에서 샤넬의 파인 주얼리 ‘코코 크러쉬’와 함께였다. 제니가 직접 에디터로 나서 기획부터 스타일링, 모델까지 맡았다.
3월 9일에는 아예 두 사람 모두 SNS에 자신이 출연한 샤넬 2021 F/W 컬렉션 영상과 사진을 업로드했다. 공개한 사진은 샤넬 F/W 디지털 쇼에 초대되는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컬렉션 박스 속 포토 카드다. 열애설 후속 입장을 기다리던 많은 언론 매체들과 전 세계 팬들이 이 사진들을 실어 나르면서 샤넬은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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