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내가 죽으면 90%는 XX 투자"…돈이 몰린다
#하루 거래 5조
#투자의 대세 ETF
#ETF 몰리는 슈퍼리치
#ETF 순자산가치 56兆 넘어
#고위공직자도 재테크 수단 활용
#수수료 싸고 위험분산에 최고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개별 종목을 찾고,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것은 전문투자가가 할 일이다. 개인투자자는 분산투자를 위해 성장산업의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금융회사의 서비스에서 ETF는 자산 배분 등에 꼭 필요한 상품”이라며 “상품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두 사람의 말이다. 이는 한국 주식시장에도 ETF 전성기가 찾아왔음을 알려주는 신호다. 하루평균 ETF 거래대금은 지난 1월 5조원을 훌쩍 넘으며 유가증권시장 전체 거래의 21%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 고액 자산가와 고위 공직자들은 ETF를 자산 증식의 주요 수단으로 삼으며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다. 자산운용사들도 ETF 사업 강화에 나서면서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이 양분하던 시장은 격전장으로 변하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ETF 시장의 순자산가치(AUM)는 지난달 말 기준 56조358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에 비해 10조7416억원 늘었다. 국내 공모 주식형 펀드(21조원)의 두 배가 훨씬 넘는다. 그 결과 한국 ETF 시장 규모는 홍콩을 제치고 일본(5450억달러, 약 615조원)과 중국(1680억달러, 약 189조원)의 뒤를 잇는 아시아 3위가 됐다.
ETF는 고액 자산가들의 중요한 투자자산으로 자리잡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계좌로 10억원 이상 굴리는 자산가의 포트폴리오에서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1월 8.54%에서 올초 17.66%로 급증했다. 고위 공직자도 ETF를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고위 공직자 재산신고를 통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KINDEX 중국본토 CSI300 ETF와 삼성자산운용의 KODEX200 ETF에 7000만원가량을 투자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ETF는 인덱스펀드를 상장해 주식처럼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특정 종목에만 투자할 경우 발생하는 위험을 분산해주는 장점이 있다. 성준석 KTB자산운용 매니저는 “ETF는 개별 산업과 테마에 맞는 다양한 투자가 가능해 고액 자산가를 포함한 모든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상품으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수익률 높고, 고를 것 많고, 투명하고…"ETF 안 할 이유가 없다"
슈퍼리치들은 왜 ETF로 몰릴까
“내가 죽으면 재산의 10%는 미국 국채에, 90%는 뱅가드의 S&P500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해달라고 아내에게 말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은 2019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역사상 최고의 투자가로 평가받는 버핏의 이 말은 ETF가 그만큼 믿을 만한 투자수단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공모, 사모펀드가 모두 위기에 처한 한국 시장에서는 강력한 투자수단이 되고 있다.
이미 고액자산가들은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3개 증권사(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에 10억원 이상을 맡긴 고액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보유한 ETF는 7630억원어치에 달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증시로 쏟아져 들어오기 전인 2019년 말(3626억원)보다 110.42% 급증했다. 이들이 2월 말까지 내놓은 매수 주문은 9조7371억원어치에 달했다. 2018년(5조5991억원) 매수량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단타 거래에서 투자상품으로
고액자산가들의 ETF 투자는 단기 차익형 상품에서 테마형, 자산배분형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까지 이들이 가장 공격적으로 매수한 ETF는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였다. 지난해 국내 ETF 매수 상위 5개 종목 모두를 인버스와 레버리지 상품이 차지했다. 이들 ETF는 주로 짧은 시간 사고팔면서 증시의 등락에 베팅하거나, 다른 성격을 지닌 상품 두 개에 동시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차익거래에 활용된다.
올 들어서는 변화가 포착된다. 특정 투자 테마에 속한 기업들에 분산 투자하는 테마형 ETF와 업종 ETF가 상위권에 대거 진입했다. 단기투자형 상품 일색이던 포트폴리오에 장기투자형 상품이 진입하면서 ETF 보유 잔액도 급증했다. 국내 상품 가운데서는 2차전지 밸류체인에 속한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타이거KRX 2차전지 K-뉴딜’ ETF가 4위를 차지했다. 해외 ETF 투자자는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스의 ‘에너지셀렉트 섹터 SDPR’(티커명 XLE)에 세 번째로 많은 매수주문을 넣었다. 올 들어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과정에서 에너지산업이 수혜 업종으로 부각됐고, XLE 주가도 연초 대비 32.53% 올랐다.
글로벌 시장에서 큰 화제를 몰고 온 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먼트의 ETF도 부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아크인베스트먼트는 단순히 지수를 추종하기보다 펀드매니저가 직접 종목을 거래하는 ‘액티브 ETF’를 판매한다. 아크ETF 가운데 최대 규모인 ‘ARK 이노베이션’(ARKK)은 자산가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해외 ETF 4위에 올랐다. ARKK는 지난해 152%의 수익을 올리며 레버리지형 상품을 제외한 미국 내 모든 ETF 가운데 네 번째로 높은 성적을 냈다.
ETF의 장점? 쉬운데 수익률도 뛰어나
ETF가 자산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저렴한 수수료와 투명성 때문이다. 과거 간접투자상품의 주류를 차지했던 액티브 펀드가 시장 지수만도 못한 성과를 올리면서 자산가들이 ETF로 돌아섰다는 설명이다. 펀드평가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541개 액티브 주식형펀드가 지난 1년 동안 올린 수익률은 평균 82.9%였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84.7%)을 밑돈다. 연 0.3%대인 ETF의 평균 보수와 대비되는 액티브 펀드의 높은 수수료를 고려하면 ETF의 매력은 더욱 커진다.
투명성도 ETF의 장점이다. ETF는 사전 설정된 원칙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이 포트폴리오의 변화를 추적하며 펀드가격에 실시간으로 반영한다. 액티브 펀드 투자자가 환매 주문을 내도 해당 시점의 펀드 종목 구성은커녕 환매 가격조차 바로 알지 못하는 것에 비해 투명성 측면에서 투자자의 선호도가 높다는 평가다.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는 “ETF는 시장 전체의 수익률을 단순히 따라가는 것을 넘어, 개별 투자자가 짜기 힘든 투자 전략과 테마를 구성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으로 진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모펀드가 쇠락하고 사모펀드의 신뢰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차별화된 ETF 전략을 통해 투자자를 공략하는 것이 자산운용업계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ETF 시작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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